미국 네바다주에서 두 차례의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가 한 제약사의 소송으로 인해 형 집행이 중지되었다고 AP·로이터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바다주 클락카운티 지방법원의 엘리자베스 곤살레스 판사는 사형수 스콧 레이먼드 도지어에 대한 형 집행을 잠정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형 집행까지 9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판결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제약사 알보젠이 네바다주 교정국을 상대로 자사의 미다졸람 제품을 약물 주입형 사형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며 소송을 걸었기 때문.
회사 측 변호인은 이미 4개월동안 교도소에 서한을 보내 자사 약물 사용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게다가 교도소 측이 회사에 직접 약품을 주문한 것이 아니라 네바다주 약국을 통해 이 약품을 취득했다며 취득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회사 측은 이 약물이 사형집행을 망칠 수도 있다며 “회사와 명성, 호의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4년 오클라호마주에서 이 약물을 투여받았던 사형수가 형 집행 중 의식을 차리는 바람에 고통스러워하다가 40여 분 만에 숨졌다.
약물주입형 사형은 먼저 진정제를 투여해 사형수의 의식을 잃게 하고, 호흡과 심장정지제를 차례로 투여한다.
제약회사들은 10년간 법률 및 윤리 문제를 들어 자사 제품이 형 집행에 쓰이는 것을 반대했다.
이번 알보젠 역시 같은 이유로 사용에 제동을 걸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판은 9월 10일로 잡혀 도지어는 최소한 2달 가까운 시간동안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도지어는 최근 항소를 모두 포기하고, 교도소에서의 삶을 빠른 형 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수감 중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는 도지어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교도소에서의 삶은 삶이 아니다”라며 “날 죽이겠다고 한다면 그렇게 해달라”고 읍소했다.
도지어 측 변호사이자 사형제도 전문가인 스콧 커피는 이 경우는 “국가가 자살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지어는 2002년 라스베이거스 여행객에게 마약을 조제할 수 있는 약물을 구하게 도와주겠다며 접근해 그의 금품을 털고 토막살해한 혐의로 2007년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