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불

 

경북 울진·강원 삼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 축산농가에서는 기르던 소를 몽땅 잃을뻔한 노부부에 대한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울진읍 정림2리 야산 인근에 사는 남계순(72) 할아버지는 5일 밤 12시 30분쯤 휴대전화벨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는데, 한밤중 할아버지의 휴대전화를 울린 이는 울진읍사무소 한 공무원이었다.

 

그는 “산불이 집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으니 빨리 대피하라”는 공무원의 다급한 목소리에 부인 송병자(71) 할머니를 황급히 깨웠고, 빠르게 불이 번져 집을 덮칠 기세에 부부는 귀중품도 챙기지 못한 채 옷가지만 걸치고 나섰다.

 

그런데 대문 밖으로 나가려던 때 문득 우사에 갇힌 소들이 떠올라 마음에 걸려 노부부는 집과 우사가 산불에 휘감겨 불이 붙기 시작하려던 찰나 우사로 발걸음을 돌려 소 20마리를 풀어줬다.

 

우사 문을 활짝 연 뒤 끈에 묶인 소들을 풀어주며 “야들아, 여기 있으면 죽는다. 빨리 나가거라”고 외쳤더니 소들도 상황을 눈치챘는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할머니는 매체에 “나만 살자고 자식처럼 키운 소를 그냥 두고 갈 순 없었다”고 전했다.

노부부는 결국 소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한 뒤 화마를 피해 울진군이 마련한 대피소에서 밤을 보낸뒤 날이 밝자 곧바로 자신의 집을 찾았다.

 

2층 집은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마당에 세워둔 트랙터도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은 모습이었다.

 

노부부는 마지막으로 우사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가 깜짝 놀랐는데, 새까맣게 그을린 우사 터에는 전날 밤 풀어준 소들이 모두 돌아와 있었기 때문이다.

노부부가 계속 세어봐도 총 20마리로 어미소 14마리에 송아지 6마리가 모두 살아 돌아온 게 맞았다.

 

일부 소들은 그을려 있었지만 무사히 살아 집으로 돌아온 소들을 확인하고 노부부는 안도했다.

 

할머니는 “집도 우사도 모두 타 앞으로 살길도 막막하지만, 그래도 제집이라고 모두 살아 돌아온 소들이 기특했고 뛸 듯이 기뻤다”며 “이제 밤에는 대피소에서, 낮에는 소들에게 수시로 사료와 물을 공급하는 게 일과가 됐다”고 전했다.

할아버지는 “소들도 화마에 크게 놀랐는지, 평소와 달리 사람을 보면 빤히 주시하거나 걷는 방향으로 따라 다닌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시민들과 동물들도 위험에 처해 구조가 시급한 상황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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